<노영심씨, 이주노동자 위한 앨범 내>(종합) 연합뉴스 | 2011 01 18 14:13
이주노동자 무료 진료하는 라파엘 클리닉에 수익금 전액 기부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매일 매일의 힘겨움이 우리의 사랑으로 아물고 치유될 수 있도록 곡을 만들고 피아노를 쳤습니다.”
피아니스트인 노영심(43.여) 씨가 이주노동자를 위한 앨범을 냈다. 정확히 말한다면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무료진료와 구호활동을 하는 라파엘 클리닉을 위한 것이다.
노씨는 지난해 12월 라파엘 클리닉을 후원하고자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연주곡 14곡이 수록된 ‘눈의 송가’를 제작하고, 이 클리닉을 위한 연주회를 두 차례 열었다. 앨범 판매액과 공연 수익금 전액 라파엘 클리닉에 기부했다.
섬세한 성격의 피아니스트와 이주노동자, 언뜻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 조합이 가능하게 해 준 것은 한 가톨릭 신부 덕분이었다.
노씨의 음악회에 참석한 라파엘 클리닉 측의 고찬근 신부가 그를 클리닉에 초청, 지난 6월 무료 진료소를 방문하게 됐다.
독립영화와 드라마의 음악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영화와 드라마들이 다루는 불법체류자와 이주민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라파엘 클리닉을 돕기로 결심, 앨범제작과 공연에 나서게 됐다.
그가 타인을 돕기 위한 앨범을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전남 해남 미황사에서 연 산사음악회의 실황을 녹음한 앨범을 판매, 그 수익금을 인근의 서정분교에 기탁했고, 이 학교는 이 기부금으로 통학버스를 마련하게 됐다.
‘눈의 송가’는 일본 아오모리현의 눈 내린 평원을 배경으로 했다. 지난해 늦여름 아오모리현을 방문한 그는 이곳 미술관이 주는 풍광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아오모리 미술관은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아오키 준이 설계하고 샤갈의 대형 작품 3점을 보유ㆍ전시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해 10월 말 첫눈이 올 때 아오모리를 다시 방문해 그곳에서 이 앨범에 들어간 곡들을 만들었고, 두 달 후인 12월 18일엔 아예 이 미술관에서 라파엘 클리닉을 위한 피아노 연주회를 개최했다.
노씨는 앞서 12월 12일엔 라파엘 클리닉의 무료진료소가 차려진 혜화동 동성고등학교 강당 입구에서 열린 ‘라파엘의 작은 음악회’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 음악회엔 국악트리오 ‘IS’, ‘가끔 모이는 밴드’, ‘원 모어 찬스’, 하림, 윤건 등이 공연을 펼쳤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은 겨울에 더 추운 사람들이다. 무료진료소는 말 그대로 야전 병원 수준으로 덥거나 추울 때 더 힘든 곳이다”며 이주노동자와 이들을 돕는 라파엘 클리닉의 어려운 현실을 전했다.
그는 “음악이란 주위로 퍼지고 전해지는 성질을 갖고 있는데, 사랑과 진심을 이 앨범에 담으려고 했다”며 “이 음악이 사랑으로 전해지면 그 사랑이 다시 음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씨는 오는 28일 강원도 평창군 허브나라 농원에서 다문화 가정을 돕는 ‘루나(음력) 크리스마스’ 공연을 개최한다.
다문화가정 문제에 열성인 허브나라 대표의 초청으로 그는 지난 2009년부터 매해 음력 크리스마스 때 다문화가정을 위한 음악회를 열고 있다.
이날 행사엔 노씨와 그와 함께 매년 크리스마스 때 함께 공연하는 팀이 음악회를 연다. 또 다문화가정을 돕는 ‘나눔 옥션’과 라파엘 클리닉의 무료진료도 마련됐다.
노씨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며 “타지에 와서 가족을 위해 죽도록 일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작은 말, 손길이 크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8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연주를 끝내고 인사하는 노영심씨. 사진제공 사진예술 김녕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