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는 집안일 금지?” 외국 출산문화 배워요.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출산 후 사람들의 방문을 금지하는 한국과 반대로 필리핀은 아기를 기꺼이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알린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로 필리핀인 며느리에 대한 한국 시어머니의 ‘방문제한’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캄보디아에서 산모는 보통 출산 후 1∼3개월은 거의 일을 하지 않는다. 특히 1개월 안의 모든 일은 남편 아니면 친정 또는 시댁식구가 해야 한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위한 의료 봉사단체 ‘라파엘클리닉’이 최근 펴낸 책자 ‘다문화가족을 위한 출산문화 조사’에 담긴 내용이다.
몽골·베트남·중국·캄보디아·필리핀 등 아시아 5개국의 임신과 출산 문화를 다룬 책자는 국내 결혼 이주여성과 산부인과, 다문화 교육 기관 등에 500부 이상 배부됐다.
다문화가족 산모를 위한 건강관리, 보건교육 등 정보 제공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이주여성 모국에 관한 자료를 본격적으로 정리한 사례는 처음이라는 게 라파엘클리닉 측의 설명이다.
김기정 라파엘클리닉 기획본부장은 “2009년부터 다문화가족 대상 이동진료를 진행하면서 가장 시급하다고 느낀 것이 결혼 이주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관한 교육이었다”고 15일 말했다.
그는 “흔히 ‘다문화가족’이라 부르지만, 한국 역시 ‘다문화’의 범주 가운데 하나”라며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에 참여한 필리핀인 엔젤(49) 수녀는 “현장에서 보면 시어머니와 남편이 한국식 문화를 강요해서 갈등을 일으키는 사례를 많이 본다”며 “특히 대도시가 아니라 외진 곳에서 온 여성들은 의료 경험이 적기 때문에 병원에 가더라도 의사나 가족이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으면 진료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17년 전 한국에 온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이주여성 관련 활동을 해온 그는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3-04-15 04:37 |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