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이들 찾아 ‘음악치유’하는 노영심씨
이주노동자 진료소에 음원기부
교정기관들 돌며 음악회 선물도
“봉사아닌 함께하는 작품활동”
지난달 27일 오후 3시, 매주 일요일마다 이주노동자를 위한 무료 진료소 ‘라파엘클리닉’으로 변신하는 서울 혜화동 동성고 강당에선 경쾌한 팝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날 강당 4층의 좁은 복도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던 중국·필리핀·방글라데시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은 난간에 기대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선율에 귀를 기울였다. 특별한 무대나 조명없이 3층 공간 한켠에서 열린 ‘라파엘의 작은 음악회’에는 원모어찬스·하림·성시경·이문세·수리수리마하수리 등 여러 음악인들이 참여했다.
마치 야전병원에서 열리는 듯한 소박한 음악회를 만들어낸 사람은 음악인 노영심(43·사진)씨다. 그는 자신이 작사·작곡한 노래‘혼자선 아프지 말아요’를 최근 라파엘클리닉에 기부했다. 음원을 다운로드 받거나, 컬러링 등으로 사용하면 그 수익금은 전액 라파엘클리닉 후원에 쓰인다.
이 노래는 그가 지난해 6월 진료소를 돌아보고 난 뒤 만든 노래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아픈 데는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고, 음악으로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주노동자들 뿐 아니라 환자들이 가장 듣고 싶은 건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말이거든요. 그런데 병원을 찾으면 이런 말을 듣기가 쉽지 않죠. ‘혼자선…’는 세상의 모든 환자와 의사들에게 바치는 곡입니다.”
노씨는 11월 한달간 라파엘클리닉 외에도 원주교도소를 시작으로 교정기관 여섯 곳을 돌며 음악회 ‘선물’을 했다. 그의 음악여정은 지난 30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주최로 ‘세계 사형 반대의 날’ 기념미사가 열렸던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마무리됐다.
교도소에서 음악회를 하게 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한 신부님이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노영심씨 연주를 들려주는 게 꿈이라고 말씀하셔서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를 이런 활동으로 이끈 것은 라파엘클리닉 고찬근 신부의 영향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활동이 ‘봉사’가 아닌 ‘작품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제가 감히 약자를 도와준다기보단, 마음이 가는 사람들과 그냥 함께 하는 거에요. 남들이 방송 활동을 하는 것처럼, 저를 만족시키고 충족시키는 건 이런 활동이에요. 남들이 보면, 돈을 안버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건 이미 제가 결정한 길입니다. 제가 참여함으로써 시너지가 생길 수 있는 무대에서 후배들과 함께 하며 계속 새로운 음악들을 하고 싶어요.” 글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사진 라파엘클리닉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