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늘 우리네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여행을 가서 여행지의 사람들이 사는 것을 보고나면, 그저 ‘여기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긍정하게 되고, 딱히 대단한 깨달음을 얻어서 되돌아오는 것도 아닙니다만, 여행 내내 뭐가 그리 저를 행복감에 젖게 하는지 몰랐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산보의 즐거움입니다.
나라를 이동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도시를 옮겨가기 위해 기차나 차편을 이용해야 하지만, 한 도시에 머물며 그 도시를 여행하는데 걷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관광버스 안에 앉아서 구경하려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하루 종일 걷는 것을 선호합니다. 걷다보면 더 많은 것들이 세세하게 보입니다. 보는 즐거움만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구조가 육체적 노동에 적합하게 되어있음’을 느낍니다. 그렇게 육체를 혹사하다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시키면, 꼭꼭 쌓아 온 행복감이 밀려옵니다. 허름한 술집에 들러 맥주 한 잔을 시켜 마시면서도 역시 하루의 피곤함을 씻는 행복감을 느낍니다.
라파엘 가족 여러분! 칼 마르크스(Karl Marx)는 ‘노동하지 않는 사람은 건강한 생각을 할 수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네 삶이 언젠가부터 노동보다는 사무에 익숙해져버렸습니다. 시대를 거스를 수야 없지만 고된 노동이 아니어도, 짧은 산보로 건강하고, 행복감도 채워가는 한 해를 이어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