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 경험하게 되는 좌절은 아마도 사랑을 일종의 ‘정신 상태’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사랑은 단순히 ‘감정 상태’나 ‘정신 상태’가 아니라, 우리네 삶의 방향성을 취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울리고 진동하는 대로 향하는 지속적인 지향성인 사랑은, 불행이 덮쳐도 결코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사랑하며 사는 일이 버겁고 힘든 것은, 우리의 순간적 감정을 지속시키려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되는 어리석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시는 순간에도 아버지 하느님을 향한 지향성을 끝끝내 버리지 아니하고 순순히 당신의 몸을 내어 놓으신 예수님의 사랑이 우리 신앙인들이 바라보는 ‘사랑의 원형’임을 기억한다면, 우리네 삶의 자리에서 겪어야 하는 이런 저런 ‘고통의 못 자국’을 한결 같은 사랑으로 이겨가길 응원해 봅니다.

사랑하는 라파엘 가족 여러분! 여러분의 사랑이 버거울 때도, 휘지 않는 올곧음이 결국 승리하리라 믿으시기 바랍니다. 그 믿음이 라파엘 공동체의 사랑 안에서 더욱 견고하게 성장해 가시기를 축원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