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전숭규 신부님과 (뒷줄 왼쪽에서 두번째)이성근 사도요한
전숭규 신부님은 라파엘클리닉 지도신부로 계셨던 고찬근 루카 신부님을 따라 동성고등학교 진료소를 방문했을 때에 처음으로 뵙게 되었습니다.
“고 신부님한테 잡혀서 라파엘에서 봉사하신겨? 잘 하신거지 뭐” 첫 만남인데도 10년 지기처럼 살갑게 대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라파엘클리닉에 많은 애정을 갖고 계시는 것을 느꼈습니다.
신부님께서 연천성당에 계실 때였습니다. “요한씨 언제 오실껴?” “이번 주말에 가려구요.”
“성모의 밤 끝나고 산나물 파티할거니까 꼭 오셔.” 신부님께서는 매년 성모의 밤이 끝나는 날이면 연천성당 교우들과 산나물 파티를 하셨습니다.
마침 외국에 사는 딸네부부가 온 터라, 같이 신부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아이들이 산나물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더니 “얘들은 꼭 소처럼 먹네. 잘 먹으니까 좋다 어여 실컷 먹어.” “신부님 사위가 내일 생일이에요.” “그랴? 잘 왔네. 귀한 거니까 많이 먹어.” 자상하게 설명을 해주시면서 이것저것 챙겨 주셨습니다.
다음날 아침 신부님이 빨리 사제관으로 내려오라고 재촉을 하셨습니다. 오늘 사위가 생일이라고 말씀 드린 것을 귓등으로 흘려듣지 않으시고 당신이 손수 미역국과 반찬을 만들어 생일상을 차려 주신 겁니다. 산나물 더덕무침 등등을 맛있게 무쳐 한상 가득 채우셨습니다.
“와우, 신부님이 생일상을…….”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응. 오늘 사위 생일이래서 미역국 끓였지. 입에 맞을라나 모르겠네.” “신부님 음식 솜씨 좋으시네요. 맛있어요.” “미역국은 쌀뜨물에 끓여야 구수해.” 만면에 웃음을 담고 말씀하셨습니다. 외국에서 온 딸과 사위는 뜻밖의 생일상에 눈물을 떨어뜨리고 맙니다.
평소 심마니와 산에 가시면 심마니보다 몇 갑절이나 산삼을 찾아오셔서 당신을 위해서는 가는 뿌리 하나도 안 건드리시고 주변 환자들에게 주시면서 “이거 먹고 빨리 나야지. 꼭꼭 씹어 잡숴.” “신부님 제발 신부님도 한 뿌리 드셔요.” “내가 왜 먹어. 아픈 사람이 먹어야지. 요한씨는 뭐 아는 게 없어. 순나이롱이야.” 이런 구박을 받으며 신부님과 정을 쌓았습니다. 사랑이 가득 담긴 구박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자신은 돌보지 않으시고 있는 정, 없는 정 다 쏟아주시던 신부님…….
신부님 너무 보고 싶습니다. 조만간 신부님 산소에 다녀와야겠습니다.
- 이성근 사도요한(천주교 문정2동 성당 교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