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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희망2012] 15년째 무료의료봉사 실천 `라파엘클리닉`

<ⓒ 2012 메디파나뉴스 : 황인태 기자> 타지에서 가장 서러울 때는 단연 아플 때일 것이다. 누군가 돌봐줄 이가 없다는 사실은 신체적 고통보다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여기 국내 일하는 해외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감싸주는 의료봉사단체가 있다. 지난 1997년 4월부터 한결같이 무료봉사를 실천해온 라파엘클리닉이 그 주인공이다.

매주 일요일이면 서울 종로구 혜화동 동성고등학교 강당 4층은 국경을 넘은 사랑이 펼쳐진다.

클리닉을 찾는 이들에게 문턱은 없다. 피부색, 인종, 성별, 연령 등 그 무엇도 이들의 발걸음을 막지 않는다. 그렇게 매년 1만 3,000여명의 해외 노동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국적도 다양하다.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몽골, 네팔, 베트남, 가나, 페루,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모두가 고향을 떠나 꿈 하나만 가지고 한국행을 택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라파엘 클리닉을 찾는 것일까?

사실 이들이 국내 의료기관을 방문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의료비가 높기 때문이다. 대부분 영세한 기업에서 노동을 하다 보니 고용자와 노동자가 건강보험료를 절반씩 부담 못하는 것이 주 원인이다.

특히 해외노동자의 경우 재취업이 1달 내 이뤄지지 않을 시 불법입국자로 전락되는데 고용이 불안정하다보니 이런 경우가 많다. 일례로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지만 불법입국자라는 사실 때문에 신고를 당했다는 일도 있다. 곳곳이 병원이지만 갈 곳이 없는 처지인 것이다.

하지만 라파엘클리닉은 1997년 4월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건강보험증은 필요하지 않다. 입구 접수처에서 ID카드만 발급받으면 된다. 무료다. 강당 긴 복도에 듬성듬성 진료과가 자리 잡고 있지만 이들에겐 대형병원 부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진료 교수들이 실제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사람들이다. 의료진 풀만 200여명에 달하는 클리닉은 매주 이 인력풀에서 순차적으로 나와 진료를 한다. 의술을 넘은 인술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 하다.

더욱이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의만 진료를 시행하고 있으며, 진료과목도 내과, 가정의학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안과, 비뇨기과, 외과, 신경과, 치과 등 다양하게 구성돼있다.

고재성 라파엘클리닉 진료소장은 “과거 근처 필리핀 공동체 분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시작한 것이 알려지면서 현재의 클리닉이 됐다”며 “지금엔 전공의뿐 아니라 일반 분들도 자원봉사에 나서주시고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클리닉에는 일일 약 300여명의 환자가 내원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 수만도 100여명에 이르고 있다.

고 진료소장은 “초창기 일년 내원환자가 약 3,000여명이었지만 현재는 1만 3,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며 “뿐만 아니라 각종 의료기기와 EMR 전환 등 시설 및 장비가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또한 내원객이 해외노동자인 만큼 고용 상담이나 임금 문제 등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담도 이뤄지고 있다. 가톨릭 노동 사목 위원회에서 나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라파엘클리닉은 지난 2007년 국내를 넘어 `라파엘인터내셔널`을 설립 국외 의료지원 활동도 나서고 있다. 지난 2010년 5월과 9월에는 몽골 항올 야르막, 니스흐 도시 빈민 지역에서 총 2,838명을 진료했으며, 11월에는 네팔 둔체 지역에서 1,244명을 돌보고 돌아왔다.

이와 함께 몽골 의료진도 국내로 초청해 라파엘클리닉 진료 참여와 함께 서울대병원에서 연수 교육을 실시, 현지 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라파엘클리닉도 고민이 있다. 복도에서 진료를 보는 야전병원형태를 벗어나 번듯한 의료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꿈이다.

일일 외래환자만 300여명에 이르지만 공간이 협소하다보니 의료장비를 놓을 곳도 대기할 장소도 모두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약품이 부족해 장기처방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 진료소장은 “최대 2주치 처방이 가능하지만 이것도 못할 정도로 많이 쓰이고 있는 약품이 부족한 상황으로 최근 의료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후원의 손길이 점차 줄고 있어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며 “당장 급한 것은 구입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항생제 등 대부분 많이 사용되는 약품 후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진료과목에 있어서도 대부분 내과 진료가 많기 때문에 내과 전문의의 참여가 늘어날수록 좋다”며 “최소 6분 정도가 계셔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실정으로, 내과 인원 수가 늘어난다면 아마도 환자 대기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라파엘클리닉은 `1(나)+2(친구들) 라파엘천사되기 운동`을 전개 중에 있으며, 후원금을 통해 해외노동자들의 약값이나 수술비 등에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