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던 때, 신학교 한 귀퉁이에서 무료 진료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무료 진료에 그렇게 큰 관심을 갖지는 않았었습니다. 이주민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 진료라고 알았지만 그들의 아픔을 마음에 담아 보지 못했고, 봉사하시는 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품어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저 누군가의 헌신이 있을 것이고, 그 헌신이 아름답게 이루어지는 장소라는 것에 마음 훈훈해 하긴 했을지언정 달리 더 큰 관심과 애정을 가지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이방인들에게 무관심했던 제가 교구장님의 명으로 고국을 떠나, 이역만리 타국의 이방인으로 살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고, 그 도움 덕택에 무난히 긴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 라파엘의 산파역을 맡으셨던 고찬근 루카 신부님(현 명동 주임신부)께로부터 라파엘클리닉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저 역시 이방인으로 살아 보았기에 이제는 그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큰 도움이 아닐지언정 ‘함께하기’로 마음을 먹고 그렇게 라파엘에 제 마음도 담았습니다.

당시 아직 사춘기의 ‘성장통’을 앓고 있던 라파엘클리닉이 이제 어엿한 스무 살 약관(弱冠)의 나이를 맞이하여 스스로의 꿈을 꾸고, 그 꿈을 펼쳐나가기 시작합니다. 미진하나마 그동안 온갖 노고와 정성을 쏟으신 많은 분들이 함께 키운 성년의 라파엘클리닉에 건강한 발전과 지속적인 성장을 빌어봅니다. 아울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봉사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라파엘 가족 여러분! 여러분 모두가 바로 라파엘클리닉의 주역들입니다. 라파엘의 새로운 꿈과 도전에 여러분 모두 함께 해 주시길 꿈꾸는 청년의 마음으로 간절히 청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