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천사 이야기

[인터뷰] 보람된 한 생을 베풀며 행복했노라 - 이분매 베난시아 수녀

클리닉
작성자
raphael
작성일
2019-05-09 13:32
조회
3411
이분매수녀님2

Q. 수녀님, 안녕하세요. 라파엘과의 인연이 오래되셨지요?

A. 처음 라파엘이 동성고등학교에서 진료를 시작할 때, 저는 서울대병원 천주교 원목실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당시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가톨릭교수회 교수님들, 특히 홍강의 교수님, 김유영 교수님, 김전 교수님, 안규리 교수님, 고재성 교수님과 전례를 열심히 도와주었던 CaSA 의대생 등 정말 많은 분들이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매주 나오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만, 봉사를 나오다 보니 제가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들어와 미력하게나마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Q. 라파엘에서 매주 일요일 어떤 일을 하시나요?A. 환자들이 들어오는 가장 첫 번째 문에 제가 늘 있습니다. 진료실을 문의하는 사람들에게 진료실을 안내해 주고, 가끔 의료진이 부득이하게 결석하는 날에는 제가 아는 의사선생님을 연결해서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격주로 열리는 미사에서는 전례준비와 성가반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환자나 봉사자들이 어려운 삶이나 영적인 문제로 고민하실 때, 그들의 말을 들어줄 수 있어 기쁩니다. 또, 여기 오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생활지원 차원에서 기부 받은 옷을 나누어주거나 좀 더 좋은 조건의 취업 자리를 소개해주는 등 수도자이기에 작은 도움이 되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환자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A. 경기도 화성 공장에서 일하면서 2주에 한 번씩 진료를 보기 위해 라파엘센터에 방문하는 환자가 있습니다. 이 분은 위가 아파서 오게 되었는데, 아픈 것도 서러운데 회사에서 인격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았습니다. 그 분이 저에게 하소연을 할 때마다 “수고한다”라는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해주곤 합니다. 제 말을 들으면 그제야 웃으며 “괜찮아요” 하고 미소 짓는 모습이 참 측은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공동체의 인사이동으로 언제까지 봉사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 분을 주일진료 날에 만나 뵐 수 있어서 기쁘고, 그 날이 기다려집니다.

Q. 해마다 ‘라파엘 몽미네 사랑바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시지요?

A. 수도자라 후원을 못 하니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바자회에서 잔치국수나 육개장, 만두 등 사람들이 좋아하고 잘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만들어 판매합니다. 아무래도 잔치에는 든든한 먹거리가 있어야지요. 소박한 마음이지만 작은 수익금이라도 라파엘에 기부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Q. 가톨릭 성가 218번 “주여 당신 종이 여기”는 오라버니인 이종철 신부님께서 수녀님을 생각하면 만든 곡이라고 들었습니다.

A. 수도생활은 건강해야 평생을 봉사하며 살아 갈 수 있는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서 감기에 많이 걸렸고, 또 죽을 고비를 겪기도 했었습니다. 오라버니인 이종철 신부님은 병치레를 많이 하는 제가 평생 하느님의 부르심에 끝까지 살게 해 달라는 간절한 염원의 기도의 마음으로 작곡을 하셨습니다. 저도 이상을 하늘에 두는 삶을 추구하며 오직 하느님의 자비와 부르심에 응답하며 살겠다는 다짐으로 그 곡에 작사를 했습니다.

Q. 라파엘 봉사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A. 무엇보다도 가장 큰 감동을 주시는 봉사자분들 감사합니다. 의료진, 직장인, 그리고 학생들 모두 주중에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데도 불구하고 주말에 라파엘센터에 오셔서 각자의 분야에서 성실히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 큰 감동과 보람을 느낍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 돈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선행이 큰 기적을 이루듯 여러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봉사도 때가 있으니 할 수 있을 때 해야 함을 제가 아는 분들에게 늘 상기시키는 부분입니다. 베풀 수 있을 때 베풀고 도움을 청하는 자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복된 삶을 살아가도록 감히 청해봅니다.

많은 환자들이 “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진심으로 하고는 하는데, 그 모든 이유는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사람은 감동을 주고받았을 때 삶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큰 선물을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아낌없이 베풀고, 하느님께서 주신 능력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마지막 날에 보람된 한 생을 베풀며 행복했노라’는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며 봉사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가톨릭성가 218번


주여 당신 종이 여기


작곡: 이종철 베난시오 신부,


작사: 이분매 베난시아 수녀


(1절)


주여 당신 종이 여기 왔나이다


오로지 주님만을 따르려 왔나이다


십자가를 지고 여기 왔나이다


오로지 주님만을 따르려 왔나이다


(2절)


주여 당신 종이 여기 왔나이다


주님의 부름심에 오롯이 왔나이다


하얀 소복 차려 여기 왔나이다


한평생 주님 함께 살고파 왔나이다


(후렴)


파아란 풀밭에 이 몸 누여 주소서


고이 쉬라 물터로 나를 끌어 주소서


주여 당신 품 안에 나를 받아 주소서


내 쉴 곳 주님의 품 영원히 잠드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