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천사 이야기

[인터뷰] '네팔을 위하여' - 프라빈 라즈 샤키아

클리닉&인터내셔널
작성자
raphael
작성일
2016-10-06 12:14
조회
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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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네팔에서 온 프라빈입니다. 이제 막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료정보학 석사를 마쳤습니다. 한국에 온지는 2년 반 정도 되었고, 라파엘과는 둘리켈병원 지역사회과에서 일하면서 ICS 사업을 함께 하는 것이 인연이 되었습니다.

 

형제 같은 동료들을 만난 곳, 둘리켈병원

저는 천문학자를 꿈꾸었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공중보건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줄곧 카트만두에서만 공부해오다 대학교 2학년 때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해 산간지역을 찾아다닐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네팔인들이 이토록 어렵게 살고 있었는지 미처 몰랐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로도 NGO 단체에서 일하면서 네팔 곳곳을 둘러보고 열악한 상황을 자주 마주하였습니다. 그러다 둘리켈병원을 알게 되었고, 자신이 생각한 대로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둘리켈병원의 철학에 매료되어 지역사회과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ICS(Improved cooking stoves, 굴뚝) 사업;

ICS 사업은 카트만두 대학 공과대학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연구 중에 있었지만, 가정에 적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2년, 라파엘이 ICS 사업을 제안하였을 때 매우 반갑고 기뻤습니다. 둘리켈병원 지역사회과는 아웃리치 센터가 위치해 있는 마을 중 세대수를 고려하여 솔롬부 마을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였고, 라파엘을 후원한 포스코와 네팔 정부의 지원, ICS를 만드는 ‘렙렉’이라는 네팔 NGO 단체의 자문을 받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마을의 지도자와 선생님들에게 ICS 사업에 대하여 이해시킨 후, 집집마다 찾아가 마을사람들을 설득하였습니다. 동시에 사업을 수행할 프로모터를 계급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10명을 선발하여 일주일동안 교육을 하였습니다. 진흙을 어떻게 선택할지, 벽돌을 어떻게 만들고 어느 위치에 설치하면 좋을지 등의 기술적인 교육과 ICS로 인해 장작소비량이 얼마나 감소하고 기후 변화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요리 시간의 단축으로 여성의 여가시간이 얼마나 더 늘어나고 여성평등에 어떻게 기여하는 등도 함께 교육하였습니다. 교육을 받은 프로모터들은 2인 1조를 이루어 굴뚝 1개당 300루피 정도의 활동비를 받고 하루에 4~5개씩을 만들었고, 7개월 만에 700가구 전부를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모니터링을 하였는데 굉장히 관리가 잘 되고 있었고,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실제로 만성 폐쇄성 폐질환, 폐렴 등의 호흡기질환 환자 수도 10-13%에서 2-3%로 현저히 감소하였습니다. 매우 성공적인 프로젝트였는데, 지역주민들이 굉장히 협조적인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을사람 한 분 한 분을 만났던 것이 소중한 추억입니다.

 

오랜 꿈, 의료정보학

의료정보학은 건강관리(healthcare)에 정보 기술을 응용하는 학문 분야입니다. 개인의 건강이나 의료와 관련된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적용할지를 연구합니다. 의료정보학에 대해서는 둘리켈병원에서 일하기 전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네팔은 이미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지만 활용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의료정보학을 공부하는 것은 저에게 너무나 절실한 것이었습니다. 제 논문은 데이터를 어떻게 선택할지에 대해 국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실시간으로 아웃리치 센터의 데이터를 중앙 센터로 취합하여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전염병 경보를 발령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을 둘리켈병원에 적용 중에 있습니다. 인터넷이 되는 아웃리치 센터는 4개월 전부터 이 프로그램을 가동 중에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직원이 텍스트 메시지로 정보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가 더 축적되면 질병의 패턴을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각 지역에 맞는 의료캠프 프로그램을 디자인 할 수 있으며, 약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병원 경영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대지진 후 네팔을 휩쓴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빅데이터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둘리켈병원만의 데이터로는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정부 사이트로 확대해야 하는데, 얼마나 협조적일지는 걱정이 됩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을 가동 중에 있는데, 네팔 역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남은 유학생활 동안에도 연구에 매진하여 프로그램을 더 보완할 것입니다.

 

지진, 여전히 행복한 공동체

네팔에 지진이 일어났을 때, 3일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가족들과 바로 연락이 닿지 않았고, SNS에 떠돌아다니는 완전히 무너진 집의 사진은 할머니댁이었습니다. 2차 지진이 난 후에 친한 형과 연락이 되었는데,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서있다는 형은 모든 것이 사라지고 지금 볼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했습니다. 같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저만 안전하다는 죄의식이 들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라파엘이 의료구호품을 보내는 편에 저도 네팔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직접 가보니 어느 누구도 불행해 보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집은 무너졌지만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함께 밥을 먹고, 잠들고, 힌두사원에 보관된 것들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지키고...공동체는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도 트라우마가 남아있지만, 마음은 많이 안정되었습니다.

 

FOREVER, 라파엘

라파엘을 생각하면 데레사(손정화 라파엘인터내셔널 국장)와 모니카(박향숙 네팔 전문위원)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업의 결과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라파엘은 사업을 제안하거나 진행하는 방식이 매우 상식적이고, 전문적입니다. 보통은 원조를 하는 단체가 자신들의 목적에 맞는 사업을 통보하는 식인데, 라파엘은 매우 인간적으로 접근하고, 이것이 라파엘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진으로 인해 잠시 현지 사업은 멈추게 되었지만, 초청연수생들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라파엘이 발전했으면 좋겠고, 저도 돕고 싶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조수헌 교수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지지해 주었고, 감사한 마음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습니다. 네팔을 응원해주시는 라파엘의 후원자 여러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곧 네팔로 돌아가지만, 이곳에서 받은 사랑이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