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가 새롭게 열풍이 불면서 시중에 버터가 동이 났다고 합니다. 지방은 칼로리가 높아 다이어트의 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오히려 지방을 많이 먹어야 살이 빠진다고 하니 사람들의 눈과 귀를 끌어모았습니다.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이라면 피해야 하는 포화지방이 풍부한 삼겹살을 많이 먹어도 살이 빠질 수 있다고 하니 고기 마니아들에겐 이보다 반가운 소식이 없겠지요.

사실 여기에는 최근 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에 대한 재조명이 한 몫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음식에 들어있는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과도하게 먹지 못하게 권고했습니다. 그런데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는다고 핏속의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는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해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들은 누명(?)을 벗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포화지방의 경우는 유해론과 무해론이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까지 미국심장학회에선 포화지방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은 핏속에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LDL콜레스테롤이 증가하면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심장학회에서는 포화지방의 섭취를 총 에너지섭취량의 5~6% 정도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루 2천 칼로리를 섭취한다면 120칼로리, 다시 말해 13g을 넘겨선 안된다는 겁니다.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 대신 채소, 과일, 통곡류, 콩류, 저지방유제품, 생선, 견과류 등으로 대체하라고 권고합니다. 육류도 가급적이면 살코기 위주로, 닭이나 오리도 껍질을 벗기고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포화지방을 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하면 심장병 발병 위험이 감소합니다.

하지만 최근 그동안의 연구결과들을 종합해서 새롭게 통계적 유의성을 보는 메타분석 결과들을 보면 포화지방 섭취를 늘린다고 심장병 발병이 늘거나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된 최근 논문을 보면 트랜스지방의 경우 심장병 발병을 21%,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28%, 전체적인 사망률 34% 높이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포화지방의 경우에는 이런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에 대해 포화지방 섭취를 권장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동안 포화지방의 유해론이 과도하게 잘못 포장되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게다가 지방 대신 채소, 과일, 곡류로 대체하자는 저지방식단은 상대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을 늘려 오히려 건강에 더 유해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겁니다.

일단 분명한 건 지방이 들어있는 식품엔 분포의 차이는 있으나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이 모두 함유되어있습니다. 그리고 필수지방산을 포함한 불포화지방은 일반적으로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포화지방보다는 불포화지방이 건강에 더 도움이 됩니다. 여기까진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포화지방이 건강에 유해하냐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포화지방도 탄소사슬 길이에 따라 짧은사슬, 중간사슬, 긴사슬로 나눌 수 있고 짧은사슬이나 중간사슬 포화지방은 오히려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간사슬 포화지방이 많이 함유된 코코넛오일이 한 예입니다.

불포화지방도 오메가3지방산과 오메가6지방산이 서로 다르듯 포화지방도 사슬 길이에 따라 역할과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포화지방을 똑같이 봐선 안됩니다.

저는 여기에서 대중매체들이 너무 복잡한 건강지식을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한때 지방이 건강의 적이라고 주장하더니 어느 때부터인가 탄수화물을 다이어트와 건강의 적으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탄수화물고지방 다이어트의 경우에도 핵심은 탄수화물을 줄이는데 있지 고지방이 중요한게 아님에도 주객이 전도되어 지방을 맘껏 먹으면 살이 빠지는 것으로 호도되고 있습니다. 탄수화물 중에도 설탕이나 정제탄수화물처럼 인슐린저항성을 유발하고 염증을 악화시키는 나쁜 탄수화물이 있는가 하면 식이섬유와 영양소가 풍부한 통곡물, 과일 같은 좋은 탄수화물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방의 경우도 좋은 지방과 나쁜 지방이 있습니다. 포화지방이 나쁜 지방으로 몰렸다가 지금 논쟁의 중심에 있지만 무해할 수는 있어도 좋은 지방의 범주에 들어올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지방만 많이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단순 논리에 포화지방이 과도하게 들어오면 건강에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서 건강에 좋다는 과일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인슐린을 자극해서 살이 찝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미 복부비만이 있거나 심장병, 당뇨병이 있는 분들이 포화지방을 권고량보다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만성염증이나 인슐린저항성이 더 나빠져 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지금 유행하는 저탄수화물고지방 다이어트는 우리나라에 90년대에 들어와 유행했던 황제다이어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유행다이어트는 유행을 탑니다. 한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 관심을 끌다가 어느 순간 스르르 사라집니다. 효과가 없거나 단기간에 머물기 때문이죠. 언젠간 이 열풍이 가라앉겠지만 10여년 후엔 또다시 다른 형태로 등장하겠지요. 유행다이어트를 쫓기 보단 건강한 식습관으로 건강을 챙기려는 노력을 먼저 해보십시오. 뱃살과 군살은 저절로 빠질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