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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 수요일, 포스코센터에서 ‘제10회 포스코청암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안규리 대표이사의 수상소감을 전하며 수상의 기쁨을 라파엘 벗님들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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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클리닉을 청암봉사상의 수상자로 선정해 주신 선정위원회와 권오준 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19년 전, 오늘 같은 봄날이었습니다. 저는 학생 네 명과 함께 남루한 궤짝 두 개에 약품 몇 종을 채워 들고서 청춘이 가득한 대학로를 가로질러 우리의 첫 진료소로 향했습니다. 그 곳에서 처음으로 이주노동자 환우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이 내뱉는 서툰 한국말은 반말에다, 어디선가 배운 욕도 섞여 있었습니다. 사실 무서워서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무섭게 늘어나기만 하는 환자 수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우리는 혜화동 신학대학 내 비어있던 한 공간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러자 많은 선후배, 동료들이 진료를 돕겠다고 찾아왔습니다. 그 빈 공간은 순식간에 17개 진료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여전히 환우들 말투에는 투박함이 남아있었지만, 주변의 격려는 우리를 어떤 힘으로 반짝거리게 했고, 또 든든하게 진료소를 지키게 해주었습니다.
얼마 후 우리는 동성고등학교 강당 복도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 트럭 3대에는 침대며 의자, 의료기기가 가득했습니다. 궤짝 두 개에서 시작된 장족의 발전이었습니다. 어느새 환우로 만나 친구가 된 필리핀의 로메로, 방글라데시 오바이둘, 페루 사람 루이스도 우리와 함께 열심히 짐을 날랐습니다. 오바이둘은 약사였습니다. 음식이 맞지 않아서 심하게 속탈이 났었는데, 친구들의 소개로 라파엘클리닉을 찾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몇 번을 망설이다 우리를 찾아왔는데, 이 ‘야전병원’을 통해서 육체적 아픔과 함께 외로움도 옅어졌고, 낯선 땅 한국에서도 살아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했습니다.
그 해 겨울, 우리는 선천성 요로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방글라데시 아기, 죠이를 만났습니다. 죠이 아버지 소원은 외아들 죠이가 행복한 나라인 한국에서 자라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가 IMF 금융 위기를 겪고 있었음에도, 많은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은 꿈에 그리는 나라였던 것입니다. 정말 우리의 한국은 어려움 속에서도 다정한 나라였습니다. 신체적 아픔과 더불어 실직과 배고픔에 직면한 환우들에게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펼쳐주며 다가왔고, 그 도움에 힘입어 죠이는 세 차례 힘든 수술을 잘 견디며 성장해 주었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라파엘은 보다 성숙하고 안정적 활동 기반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9년 전부터 라파엘은 해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주사업은 몽골, 미얀마 네팔의 의료인 교육을 통한 지역사회 의료 지원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환자들이 진료와 수술을 받았고, 80여명의 해외 의대 교수들이 의료연수를 받고 돌아갔습니다. 아시아 곳곳에서 우리를 만날 때마다 이분들은 능숙한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하며 반갑게 맞아주고 있습니다. 그들 모습에서 우리는 코피노, 인신매매, 라이따이한의 상처가 아물어 가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전 세계 70여개 나라에서부터 찾아온 환우들과, 수많은 봉사자들, 그리고 도와주시고 사랑해 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지금 라파엘클리닉은 새로운 진료소에서, 그 동안 훌쩍 성장한 후배들과 함께 연간 16,000여명을 진료하며, 연 10회의 해외 의료 지원을 수행하는 기적의 날들을 맞고 있습니다.
올해는 환자접근이 편한 지역으로 의료지원을 확대하고, 환우들에게 맞는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또, 미얀마 양곤 의대 교수진 초청연수와 현지 연수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라파엘 아카데미를 통해서 후배들이 의료 봉사자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끝으로 이렇게 지난 시간과 미래에 우리의 꿈이 지속될 수 있게 함께 해주신 라파엘 가족 들, 마음으로, 후원으로 함께 해 주신 든든한 동반자들, 귀한 청암봉사상을 주신 권오준 회장님과, 바쁘신 가운데 참석해주신 귀빈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오늘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