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04-04-12 18:45]
14회 여의대상 받은 안규리 서울 의대 교수
“이주노동자도 우리가 정성껏 보살펴야 할 환자랍니다.” 한국여자의사회(회장 정덕희)가 선정하는 ‘제14회 여의대상(길봉사상)’ 수상자인 안규리(49)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는 벌써 20년 전인 1984년부터 이주노동자들을 진료해 왔다. 지난 1997년 4월에는 서울대 의대 가톨릭 교수회 및 학생회와 함께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인 ‘라파엘클리닉’을 설립해 최근까지 5만1천명이 넘는 이주 노동자들을 진료했다.
설립 당시 이주노동자는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그 자체가 불법인 경우가 많아 병원 치료를 못 받는 것은 물론 갖은 인권 탄압을 당하고 있었다. 안 교수는 라파엘클리닉을 찾은 이주노동자에게 무료 진료와 약 처방은 물론 극빈 이주노동자 구호사업, 임금체불이나 폭력 피해 상담, 쉼터 알선과 상담 등도 함께 했다.
만성신부전 등 신장병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안 교수는 외래환자들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자상하게 대하지만 자신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거나 몸관리를 부실하게 하는 환자에게는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따끔하게 야단을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1월부터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되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이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되자 안 교수를 비롯한 라파엘클리닉 진료진은 이들의 농성장소인 명동성당과 기독교백주년기념관을 직접 방문해 진료를 하는 등 이동진료를 실시하기도 했다.
안 교수가 라파엘클리닉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96년말 천주교 인권위원회에서 봉사하고 있던 한 친구로부터 이주노동자들의 어려운 실상을 전해들으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설립에는 또 미국 스크립연구소에서 연수를 받을 당시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지대에 있던 빈민진료소 ‘멕시칸’에서 외국인 의사들과 무료진료봉사에 참여했던 경험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라파엘클리닉의 진료과목은 내과, 외과, 피부과, 산부인과 등 20여개에 달하며 200여명의 의사, 20여명의 약사, 10여명의 통역봉사자, 180여명의 의대생들과 일반봉사자 400여명의 봉사자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안 교수는 또한 세계 최초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성공으로 명성을 떨친 서울수의대의 황우석 교수 등과 함께 동물장기의 인간이식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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