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진 오범조 선생님(보라매 병원 가정의학과)
1년만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카사 후배들과 라파엘의 선생님들과 함께 필리핀 Silang 지역의 “The Sisters of Mary School”을 방문해서 많은 것을 얻어갔던 좋은 기억이 다 잊히기도 전에 다시 한 번 올 기회를 얻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이비인후과 선생님 섭외가 안 되어서 숙련되지 않은 제가 귀와 코를 진찰하느라 눈이 핑핑 도는 경험을 했는데요, 그 당시 출발 전에 저에게 진료하는 방법을 속성으로 과외를 해준 홍승노 선생님이 올해에는 함께 하여 아주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다른 분야 질환을 보면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설문을 통해 걸러졌다고 하는데,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이 보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다’라는 항목에 체크한 학생들이 대부분은 이명을 호소하여 이비인후과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3명은 환각과 환청이 의심되고, 조금 대화를 하다 보니 심한 우울증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 학생들은 1년에 한번 또는 2년에 한번 방학을 이용해 1주간 집에 다녀올 수 있는데, 사춘기 여학생이 가족과 떨어져서 부모님의 애정을 느끼지 못하고 장기간 지내면서 느낄 수 있는 우울감을 공감한다면 ‘정신적인 지지’도 장기적인 학생 건강관리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입안이 아프다는 학생들은 10대 초중반임에도 치아가 완전히 부식되어 발치를 하지 않으면 통증을 해결할 수가 없는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이를 잘 닦지 않는 습관도 있고, 물보다 콜라를 즐겨 마시는 식습관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치과대학에서 진행하는 해외 보건 의료 사업은 10세 이전 또는 10대 초반까지의 학생들에게 불소 도포를 시행하는 것인데, 이 학교 학생들 중 가장 낮은 학년이 대략 12~13세이므로, 향후 매년 올 때마다 최저학년 학생들에게 불소 도포를 시행한다면 수년 후에는 예방효과를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 CaSA 57기 봉사자
국가고시 날, 필리핀 의료봉사를 떠나게 되어 캐리어 두 개를 들고 시험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자정쯤 필리핀 공항에 닿아 실랑 피정의 집에 도착하여 새벽 3시까지 선생님들을 비롯한 모두가 트렁크에 꽉꽉 채워온 짐을 꺼내 정리하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피곤한 기색 없이 모두가 약 정리와 진료, 교육준비에 관련된 준비물을 일사분란하게 정리하였습니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힘들어서 제대로 문진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았지만, 여학생들의 생리불순이 생각보다 심각해 무월경 기간이 9개월-1년 이상 되는 아이들이 많아 예진 과정에서 영상의학과에 보낸 아이들이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고 판정을 받아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어 뿌듯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옴 환자를 많이 봤는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지내다 보니 옴 감염은 물론 상처에 2차 감염이 심각한 아이들도 상당수였습니다. 게다가 학교 내에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긴장성 두통을 가진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의료진 선생님께서 그 아이들에게 스트레칭 방법과 안마를 해주시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짧은 일정 동안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것들에 비해 항상 아이들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연습했을 공연들과 감사하다는 메시지 그리고 손수 꾸민 손 편지를 받으며 앞으로 의료인으로 활동하면서 이곳에서의 감동과 아이들의 모습을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