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날들은 스물네 시간 항상 똑같건만 기후와 낮의 길이가 변하고, 달의 모양이 변하면서 절기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는 그 시간들을 수적인 날짜로 꼼꼼히 환원시켜, 때마다 축제를 벌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일과 놀이로 꽉 채워진 한 해를 또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꾸려왔습니다.

노력하지 않아도 시간의 흐름은 우리에게 우리의 시간들을 돌아보게 재촉합니다. 시간은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고, 당연히 흐르는 것이라 여기면서 돌아보지 않는다면, 삶은 우리에게 아무 것도 선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구약성경의 느헤미야서를 다시 읽었습니다.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 온 백성들이 허물어진 성벽과 성전을 재건하기에 앞서서, 느헤미야 예언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과 함께 한 시간들을 참으로 꼼꼼하게 되짚어 봅니다.(느헤미야 9장) 그렇게 하느님을 찬양하고, 주님께서 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하며, 회개하는 힘이 바로 새로운 재건의 시작임을 가르치듯이 말입니다.

라파엘 가족 여러분! 또 다시 한 해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시간들을 돌아 볼 수 있음이 참으로 하느님의 선물임을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억하는 일들 속에 함께 해주신 지존하신 분의 사랑을 되새겨 지금의 시간이 매우 귀하고, 은혜로움을 고백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