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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소외층 의료사각 눈 뜬 이후 결심
50년 가까이 달동네·외국노동자 무료 진료

가난해서 키운 중병, 무사히 완치·건강 회복
방글라 두 청년·중년 부인 가장 기억에 남아

 

“가진 것이 있다면 베풀어야죠. 의사는 신에게서 재능을 받고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았기에 여든 살이 될 때까지 의료봉사를 계속하겠습니다.”

과천시에 살면서 ‘쪽방촌 하얀 옷의 천사’로 불리는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고영초(67·사진) 교수의 신념이다.

고 교수는 의과대학 인턴 시절부터 50년 가까이 넘도록 달동네, 쪽방촌 주민,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무료 진료봉사활동을 해왔다.

김수환 추기경이 설립한 서울 시흥동 전진상 의원, 영등포 쪽방촌 요셉의원, 외국인 노동자를 진료하는 라파엘클리닉 등 병원마다 격주로 다니면서 진료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가톨릭 사제의 꿈을 꾸다가 서울 변두리 지역에 부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다니면서 소외계층이 의료보호 사각지대에 방치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봉사활동을 결심했다.

그가 봉사활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꿈을 되찾은 방글라데시에서 온 청년들이다.

얼굴이 갈색인 한 환자는 시력 저하와 시야결손이었고, 친구라면서 함께 따라온 다른 환자는 허리에 통증과 다리 저림이 있었는데 이들은 검사 결과 뇌하수체종양과 척추종양 환자로 확인됐다.

라파엘클리닉과 건국대병원 사회사업팀의 협조를 받아 무료로 수술을 시켜주고 완치해 퇴원시켰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방글라데시에서는 완치가 가능했을까요? 무사히 건강을 회복해 퇴원할 때는 서툰 한국어로 고맙다고 허리 숙여 인사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전진상 의원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무료 의료봉사를 하며 기억에 남는 환자는 가난으로 병을 키운 중년 부인이다.

가난으로 인해 치료를 제때 받지 못했던 50대 중반의 여자는 수두증 환자로 뇌압이 크게 상승해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즉시 건대병원으로 이송해 응급수술 끝에 뇌가 정상을 되찾았다.

“그 날 밤 장시간 수술을 하며 환자가 힘들게 살아왔을 세월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살려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수술실에서 동료 의료진과 밤새우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고 교수의 이런 봉사활동이 알려지면서 2007년 보령의학봉사상과 2012년 제2회 국민추천국민포장, 2013년 제11회 자랑스러운 신일인상, 2014년 서울의대 동창회가 주관하는 장기려의도상을 받았다.

그는 2005년 건국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의료봉사를 주제로 한 사회의학 강좌를 만들고 의료봉사단을 만들어 의사와 일반인들이 자선진료소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알선하고 있다.

고영초 교수는 “47년간 지속한 의료봉사 활동은 상을 받기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봉사를 통해 소외된 이웃들에게 저의 시간과 재능을 나누다 보니 덤으로 따라온 것은 상이 아니라 기쁨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과천=신소형 기자 ssh283@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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